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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을 멍하니 보는 법

차창 앞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바깥을 보는 시간에 대한 짧은 글.

창밖을 보는 데도 요령이 있을까요?

있다면 아주 작아요. 창 쪽에 앉고, 등을 기대고, 눈은 어디에도 붙잡아 두지 않아요. 거의 이게 다예요.

멍하니 본다는 건 눈은 바깥에 두고 머리는 쉬게 두는 일이에요. 지나가는 전봇대나 논, 먼 산이 눈에 들어와도 이름을 붙이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요. 가까운 것은 빨리 지나가고 먼 것은 천천히 따라오니까, 먼 곳 하나를 느슨하게 따라가는 쪽이 나는 편해요.

생각이 떠오르면 그대로 둬요. 할 일이 떠올라도 "그런 게 있었지" 하고 눈을 풍경으로 돌리면 돼요. 잘하려고 들면 오히려 멍해지지 않아요.

처음 몇 분은 손이 허전해요. 휴대폰을 꺼내고 싶어지고요. 그 시간만 지나가면 풍경이 알아서 시간을 채워 줘요. 오 분이면 충분하고, 졸리면 눈을 감아도 돼요.

같은 길이라도 시간대마다 색이 달라요. 아침엔 옅은 안개가 끼고, 한낮엔 색이 또렷하고, 해 질 무렵엔 모든 게 따뜻한 주황으로 물들어요. 그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하루 중 한 칸을 쉬어 가는 기분이 들어요.

멍하니 볼 때는 눈 깜빡이는 것도 잊곤 해요. 눈이 뻑뻑해지면 그때 한 번 감았다 뜨면 돼요. 그 정도로 느슨해도 괜찮은 일이에요.

기차 게임에서는 이렇게 해 봐요.

멍을 때리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갔는지 모르는 게 이 일의 좋은 점이에요. 게임에서는 현실의 1분이 기차 안의 한 시간이라서, 고개를 들면 창밖 색이 달라져 있어요. 아까는 안개였는데 어느새 한낮이에요.

하루가 24분이라 안개와 노을, 밤이 차례로 지나가요. 한 바퀴를 다 봐도 되고, 노을만 보고 내려도 돼요. 멍하니 보는 데는 정해진 끝이 없어서, 그만 보고 싶어지면 그때가 끝이에요.

창밖에는 바닷가 마을과 들판이 이어져요. 논 위로 사슴이나 토끼, 여우가 지나가고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기도 해요. 동물이 나오길 기다리기 시작하면 멍이 아니라 관찰이 되니까, 나오면 보고 안 나오면 말아요.

가끔은 멍하니 보려는데 머릿속이 시끄러운 날도 있어요. 그런 날은 풍경에서 색 하나만 골라 따라가 봐요. 초록이면 초록만요. 그래도 안 가라앉으면 마음이 무거운 날엔 편지를 적어 두고 내려도 돼요.

창밖에는 작은 것들이 눈에 띄어요. 빨래가 널린 마당이나 길가에 세워 둔 자전거 같은 것들이요. 그 집 사정을 모르니까 마음 편히 볼 수 있어요. 나와 상관없는 장면이 이어지는 게 나는 좋아요.

지하철은 창밖이 어두운 터널이라 이 일이 어려워요. 그럴 땐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비슷해요. 간식 카트가 지나가면 따뜻한 걸 하나 사서 한 손에 쥐고 봐도 좋고요.

혼자 앉아 있어도 객차에는 다른 승객이 있어요. 말을 걸 필요는 없어요. 같은 창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도 있으니까요.

차 뒷좌석에서 이마를 창에 대고 있던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때는 지루해서 하던 일인데, 지금은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그 자리를 하나쯤 두고 싶어서 창가 의자를 그렸어요.

논둑 너머로 먼 산이 천천히 따라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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