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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기차 소리

빗소리와 바퀴 소리가 겹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에 대한 글.

비 오는 날 기차에 타면 소리가 두 겹이에요.

하나는 지붕과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고, 하나는 레일 이음매를 넘는 바퀴 소리예요. 빗소리는 제멋대로 흩어지고 바퀴 소리는 일정하게 덜컹거려요. 박자가 다른데도 시끄럽지 않고 포근하게 들리는 순간이 있어요.

정해진 박자 위에 제멋대로인 소리가 얹히면, 귀가 어느 쪽도 쫓아가지 않고 그냥 들어 주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그 상태가 좋아요.

비가 오면 사람들 말수도 조금 줄어요. 우산을 터는 소리나 젖은 신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평소보다 또렷하게 들려요. 소리는 많은데 조용한 칸이 돼요.

빗소리는 세기가 계속 바뀌어요. 한참 약하다가 갑자기 창을 때리고, 또 잦아들어요. 바퀴 소리는 일정하고요. 둘이 서로 모르는 척 따로 가는 게 듣기 좋아요.

비 오는 날 기차 안의 불빛은 평소보다 노랗게 느껴져요. 젖은 창에 번져서 그런 것 같아요. 그 번짐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가요.

김 서린 창

차 안에 사람 숨이 차면 창에 김이 서려요. 손가락으로 쓱 문지르면 그 자리만 바깥이 보이고, 뭘 쓰면 글씨가 잠깐 남았다가 사라져요.

이 게임에서도 비가 오면 창에 김이 서려요. 손가락으로 낙서를 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려져요. 지워질 걸 아니까 잘 그리려는 마음이 없어져요. 동그라미 하나나 웃는 얼굴 하나면 충분해요.

김 서린 창에 그린 건 오래 가지 않아요.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리고 흔적도 흐려져요. 남지 않는다는 점이 나는 마음에 들어요.

김 서린 창에 이름을 쓰는 사람도 있고, 작은 구멍 하나만 내서 바깥을 엿보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정답이 없는 일이라 아무렇게나 해도 돼요.

소리만 듣는 법

이어폰을 빼고 소리를 그냥 들어 봐요. 빗소리가 세졌다 약해지는 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 있어요.

공연칸에는 라디오가 있어요. 오른쪽 위 단추로 켜고 끌 수 있는데, 빗소리를 듣고 싶은 날엔 꺼 두고 덜컹거리는 소리만 두는 편이 나는 좋아요. 음악이 있는 쪽이 좋은 날엔 켜면 되고요.

일기장에는 오늘 들은 소리를 한 줄 적어 둘 수 있어요. 글로 써도 되고 그림으로 그려도 돼요. "빗소리가 세졌다" 정도면 나중에 읽을 때 그날 소리가 떠올라요.

비 오는 날은 몸이 느려져요. 그래서 미뤄 둔 걸 하나쯤 꺼내 보기 좋아요. 편지지 한 장 펴고 아무한테나 쓰는 편지는 어때요? 이 게임에는 편지지가 여섯 종류 있고, 다 쓰면 접어서 봉인해요. 승무원이 받아 가서 역 우체통에 넣어 줘요.

집에서도 비슷하게 할 수 있어요. 창문을 조금 열고 따뜻한 걸 마시며 비 소리를 들어요. 기차 소리를 그대로 옮길 순 없지만, 덜컹거리는 느린 박자를 떠올리면 기분이 어느 정도 따라와요.

게임에서는 창밖 풍경에도 비가 내려요. 창을 눌러 풍경을 크게 키우면 빗줄기 너머로 들판과 마을 불빛이 흐릿하게 보여요.

비는 그치는 순간도 좋아요. 소리가 조금씩 줄다가 바퀴 소리만 남으면, 그제야 비가 와 있었다는 걸 알게 돼요.

우산을 챙기기 귀찮은 날에도 기차 안에서는 젖을 일이 없어요. 젖은 창만 구경하면 돼요. 오늘 한 일이 빗소리 들은 것뿐이어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빗소리는 크게 틀어 두지 않아도 돼요. 작게 깔려 있을 때가 제일 좋아요.

창밖으로 빗줄기가 비스듬히 지나가고, 바퀴는 같은 박자로 덜컹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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