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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차, 완행열차의 느린 시간

역마다 서던 느린 기차를 떠올려 보고, 이 게임의 기차에서 쉬는 법을 적은 글.

기차가 작은 역에 서요. 브레이크가 길게 끼익 하고, 몸이 앞으로 살짝 쏠렸다가 돌아와요. 창밖에는 승강장 의자와 역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있고, 누군가 내리고 누군가 타요. 잠시 뒤 기적이 울리면 기차는 다시 천천히 움직여요.

완행열차를 떠올리면 이런 장면이 먼저 그려져요.

역마다 서는 기차

완행열차는 이름 그대로 완만하게 가는 기차예요. 큰 역만 이어 주는 빠른 열차와 달리 작은 역에도 하나하나 멈춰요. 그래서 도착은 늦어요. 대신 창밖 마을이 지나가는 시간이 길어요. 지붕이 낮은 집, 논밭, 철길 옆에 놓인 빨래 같은 것을 한참 볼 수 있어요.

빠른 길이 생기면서 완행열차를 타는 일은 많이 줄었어요. 노선마다 사정이 달라서 지금 어디에 어떤 열차가 다니는지는 시간표를 따로 봐야 해요. 낡은 객차 사진 한 장만 봐도 그 느린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신기한 일이에요.

저는 기다리는 시간이 긴 쪽의 속도감이 좋아요. 요즘은 도착 시각을 분 단위로 알고 움직이는 일이 많으니까요.

이 게임의 기차

이 게임에는 식당칸이 있어요. 현실의 어떤 열차를 그대로 본뜬 건 아니고, 동화책처럼 손으로 그린 상상 속 기차예요. 앞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서 있고, 가끔 승무원이 간식 카트를 밀고 지나가요. 사 먹을 때는 동전을 내요.

기차도 몇 분마다 한 번씩 역에 서요. 승강장이 보이고 역 이름이 나오고, 기적이 울려요. 그 사이에 창가에 앉아 풍경을 보거나, 편지를 쓰거나, 일기를 쓰면 돼요.

이 게임은 그 리듬을 소리로 조금 흉내 냈어요. 바퀴 소리가 깔리고, 역에 서면 덜컹거림이 멎고, 다시 출발하면 돌아와요. 그 안에서 시간은 하루 스물네 시간을 따라 아침빛에서 밤빛으로 천천히 바뀌어요.

역에 설 때마다 해 볼 만한 게 하나 있어요. 창밖 승강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 하나만 정해 보는 거예요. 의자도 좋고, 표지판의 글자도 좋고, 멀리 서 있는 나무도 좋아요. 기차가 다시 움직이기 전까지 그것만 봐요. 별것 아닌데, 그러고 나면 그 역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기차가 출발하면 창밖이 천천히 밀려나요. 처음에는 사물이 하나씩 떠나는 것 같다가, 속도가 붙으면 풍경이 한 장의 띠처럼 이어져요. 그때쯤 눈에 힘을 빼고 먼 곳을 보면 돼요. 가까운 것은 빨리 지나가고 먼 산은 느리게 따라와요. 같은 창인데 거리마다 속도가 달라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져요.

식당칸 창가 자리에서는 접시와 숟가락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상상해 봐도 좋아요. 바퀴가 이음매를 지나며 내는 규칙적인 소리 위에, 크게 떠드는 사람이 없어도 기차는 혼자 리듬을 만들어요.

옛 기차를 타 본 분에게는 낯익은 구석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어요. 타 본 적 없는 분에게는 처음 보는 포근한 구경거리면 좋겠고요.

빠르고 편한 것이 늘어나는 만큼, 느리게 가는 것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어요. 목적지보다 가는 길을 보러 타는 기차, 아무 데서나 내려 보는 짧은 여행 같은 것들이요. 저는 그런 마음이 이해돼요. 도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어쩌다 그리워지거든요.

창가 자리에 앉아, 식어 가는 커피를 앞에 두고 지나가는 마을을 한 정거장 더 보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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