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 왔다."
일기는 이 네 글자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한 줄만 써도 일기라고 먼저 정해 두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요. 첫날 한 바닥을 채우면 둘째 날부터 숙제가 되거든요.
쓰고 싶은 날은 길게, 아닌 날은 한 줄로 끝내요. 빠진 날은 빈칸 그대로 두고 다음 날부터 다시 쓰면 돼요. 몰아서 채우면 그 빈칸이 숙제로 보이기 시작해요. 글씨가 엉망이어도, 맞춤법이 틀려도 상관없어요. 나만 읽는 글에는 틀릴 자유가 있어요.
쓰는 시간이 길 필요도 없어요. 타이머를 맞추고 삼 분만 써 봐요. 삼 분 동안은 멈추지 않고 손을 움직이는 거예요. 쓸 게 없으면 "쓸 게 없다"를 쓰고, 그다음에 오늘 점심을 써요. 삼 분이 지나면 쓰던 문장이 반쯤이어도 거기서 덮어요. 덮을 수 있다는 걸 알면 펼치기가 쉬워져요.
붙여 두면 편한 것
언제 쓸지는 대충만 정해요. 자기 전에, 아침에 차를 마시면서,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이미 하고 있는 행동 옆에 붙이면 새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덜 힘들어요.
뭘 쓸지 막막하면 질문을 하나 정해 둬요. 오늘 먹은 것, 오늘 들은 소리, 오늘 본 색깔. 일기가 꼭 마음속 이야기일 필요는 없어요. 소리 하나만 적어 둔 날도 나중에 보면 그날의 공기가 남아 있어요.
글이 안 나오는 날에는 그림으로 해요. 동그라미와 선만 그려도 돼요. 잘 그릴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손이 가볍고, 글과 그림을 번갈아 쓰면 덜 질려요.
일기를 쓰는 곳도 정해 두면 좋아요. 침대 옆, 식탁 모서리, 창가 자리. 같은 자리에 앉으면 몸이 먼저 알아채요. 이 게임에서는 기차 창가 자리가 그 역할을 해요. 앉아서 창밖이 흘러가는 걸 한참 보다가, 쓸 말이 떠오르면 그때 펼쳐도 늦지 않아요.
하루를 돌아볼 때는 좋았던 일 하나만 떠올려 봐요. 크지 않아도 돼요. 국물이 따뜻했다든지, 신호를 한 번에 건넜다든지. 이런 작은 일이 모이면 한 달 뒤에 읽는 재미가 훨씬 커져요.
다시 펼쳐 보기
일기는 쓸 때보다 한참 뒤에 읽을 때 더 재미있어요. 그때는 별일 아니었던 문장이 시간이 지나면 선명한 장면이 되어 있기도 해요. 그래서 시시한 날도 한 줄은 남겨 둬요.
이 게임의 일기장에는 그림일기와 글 일기가 있어요. 달력으로 지난 날을 넘겨 볼 수 있고, 장을 넘기면 종이 넘어가는 모양이 보여요. 한 가지 알아 둘 게 있어요. 일기는 지금 쓰는 기기에만 저장돼요. 오래 남기고 싶으면 공책 저장으로 내려받아 두고, 필요할 때 불러오면 돼요.
가끔 지난 일기를 펼쳐 봐요. 그동안 나도 모르게 바뀐 것이 보이기도 하고, 그대로인 것이 보이기도 해요. 어느 쪽이든 읽는 재미가 있어요.
기분을 꼭 적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아요.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뭘 먹었는지만 있어도 일기예요. 기분은 나중에 읽는 내가 알아서 채워 넣어요. 그날 먹은 것과 날씨만 있어도 어떤 하루였는지 대충 짐작이 돼요.
펜과 종이가 따로 필요한 날이 있고, 그냥 화면이 편한 날도 있어요. 이 게임의 일기장은 그 중간쯤에서 열어 볼 수 있는 작은 공책이에요.
오늘 한 줄을 썼다면 오늘 몫은 끝났어요. 내일 못 쓰면 모레 한 줄 쓰면 되고요.
창가 자리에 일기장이 펼쳐져 있어요. 밖은 아직 비가 와요.